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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커다란 어른이 우는 건 꼴불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어가 되질 않는다. 한 방울의 눈물을 닦아내면 이미 두 방울의 눈물이 차오른다. 당황해서 두 방울의 눈물을 치우면 이번엔 다시 다섯 방울의 눈물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속상해서? 슬퍼서? 화가 치밀어서? 아파서? 황당하게도 제러드는 그것조차 짐작할 수 없었다. 코가 간질거리니까 자동적으로 재채기가 나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딘이 행복해졌음 좋겠다. 젠슨이 행복해졌음 좋겠다. 그것만 생각했는데 눈물이 차올랐다.
물론 이건 말이 안 된다. 누군가의 행복을 바란다면 웃어야 하지 않겠는가. 자, 그러니 울음을 그치자. 원래부터 그는 극단의 평화주의자라서 레바논의 카다피 원수마저 행복해졌음 좋겠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다.

- 리비아.
- 네?
- 무아마르 카다피는 레바논이 아니고 리비아의 국가원수다. 지금 네 발언은 소더러 말이라고 한 격이라고.
- 아, 그랬던가.
- 뭐, 어차피 소나 말이나 네 발로 걷는 채식동물인 건 똑같지만 말이야...
- 확실히 그렇네요.
- 그래서 뭐냐. 리비아의 카다피가 불쌍해서 우는 건 아닐테고. 도대체 원인이 뭐야. 할리란 놈이 오소리와 싸워서 주둥이가 깨졌다든?
- 그럴 리 없잖아요, 젠슨. 난 그저...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 이봐. 그건 네가 사과할 문제가 아니라고.
- 젠슨이 행복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절대로 아니예요. 나, 그렇게 못된 놈 아니다?
- 알아. 이 눈물병 환자야. 그나저나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옷은 딘의 의상이라 주머니에 손수건이 없구먼. 대신 껌은 있는데... 껌 씹을래?
- 있죠, 잠깐 제 말을 들어봐요. 우리집에 꽃무늬 미니 프라이팬이 있어요. 동생이 귀엽다고 사다놓은 건데요, 거기다 달걀을 부치면 깜찍하게 만들어져요. 그래서 생각해봤죠. 난 참 괜찮은 남자야. 꽃무늬로 달걀을 부칠 줄도 알아. 이런 재주를 가진 사람이 그렇게 흔하겠어? LA 인구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나처럼 깜찍한 남자는 100명도 되지 않을 걸.
- 으이그, 껌 준다는 말 취소. 촬영장에 벼룩이라도 있나, 팔뚝 간지러 환장하겠구먼.
- 진짜예요! 나는 괜찮은 남자예요!
- 누가 뭐랬냐.
- 그런데 아무리 계란 부침을 잘 만들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 왜? 계란은 단백질 식품이라 다이어트에도 괜찮지 않아?
- 다 소용 없어요. 소용 없다고요! 훌쩍!
- 또, 또 운다! 야! 이러면 내가 울린 것 같잖아. 뚝!
- 이럴 수는 없다고! 나만 행복하지 않잖아!
- 얼씨구? 이젠 통곡까지 하기냐.
- 카다피도 행복한데!
- 정신 사납네. 그러니까 거기서 리비아 원수가 왜 튀어나오냐고.
- 세상은 불공평해! 흐엥~!! 제러드만 행복하지 않아~!!
- 어이!
- 그치만 젠슨은 꼭 행복해져야 해요! 꼭이오~! 약속해줘요! 반드시 행복해질 거라고!
- 아이고, 하느님. 너 정말 끝장이다. 임마! 사탕 끊었다고 사람이 이렇게 망가지면 안돼! 아무래도 안되겠다. 내 트레일러로 가자. 뒤져보면 막대사탕 정도는 나오겠... 야! 내 옷에 콧물 묻히지 마! 제이? 이봐, 제이!

Posted by 미야

2008/08/18 13:58 2008/08/1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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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렌드 2008/08/18 16:59 # M/D Reply Permalink

    사탕의 후유증이 심각하군요. 저의 슈크림 금단증상과 비슷하려나요...(먼산)

  2. 음냐 2008/08/19 17:26 # M/D Reply Permalink

    오오~행복해야해!! 딘, 샘, 젠슨, 제러드!!! ㅠ,ㅠ
    앗 부끄러~후다닥!! 도망가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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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 소품을 정리하던 앤디는 길게 늘어진 전선에 발이 꼬인다.

- 어익후!
- 이보라, 조심하라우! 거기서 넘어져 다쳐봤자 산재 처리는 되지 않는닥우.
- 죄송혀요. 조심할게요.
- 다들 사이좋게 나사를 하나씩 풀러놓고... 잘 한다. 너까지 그러기냐. 오늘 하루 촬영을 죽쒔다고 너까지 그러면 안되지. 거기 사다리는 7번 창고로 가져가. 그건 그렇고「피갑칠 된」협탁은 어디로 갔어.
- 듣자하니 악마 문양이 잘못 들어갔다던데요. 마녀의 목걸이 문양하고 다르게 파였다고 킴이 펄펄 뛰어서 다시 만들겠노라 약속하고 로렌이 트럭에다 싣고 가버렸어요.
- 그거이, 그거이! 고 녀석도 나사 하나 빼묵었구먼! 왜들 이래! 주연 배우라는 놈은 기록적인 열 다섯 번 연속 NG를 내질 않나. 소품은 잘못 만들어지고! 얼간이 앤디는 전선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 이봐요 아저씨? 전 안 넘어졌...
- 날씨가 더워 그런 거야? 응? 지구 온난화 때문이냐고. 대답해봐. 제러드 파달렉키의 귀를 붙잡고 구석으로 사라진 젠슨 애클스도 나처럼 생각할까?
- 저어, 제 어깨를 흔들며 그런 걸 물어봤자...
- 기가 막혀! 남극의 빙산이 너무 녹아 촬영이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 휴우... 알았어요. 그냥 흔드세요. 아무튼 젠슨 씨도 많이 화가 난 눈치더라고요.
- 제기랄. 나라도 울컥한다.「내가 원하는 건 그저 형이 행복해졌음 하는 거야」라는 짧은 대사를 읊으면서 덜덜 떨다가, 딸국질 하고, 나중엔 눈알에서 콧물이 나오도록 통곡하더라. 아니, 도대체 어디서 장례식 났어? 처음엔 재밌다고 웃던 젠슨도 어이가 없는 눈치더라. 오죽했음「야! 넌 내가 행복해지는게 그렇게 싫어?」라고 버럭 고함까지 질렀을까. 조금만 더 갔음 둘이서 심각하게 싸웠을 걸. 도중에 끝내서 다행이지.
- 그건 몰라요, 티미. 젠슨이 제러드의 귀를 잡고 끌고 갔잖아요.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조용히, 동시에 일방적으로 패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 사람,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의외로 무섭달까... 복식 호흡으로「앉아!」라고 명령하면 무릎 꿇고 앉아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싹싹 빌게 된다고요.
- 얼레? 정말로 빌어본 것처럼 말하네. 언제 야단맞은 적 있어?
- 아니, 뭐, 진짜 그랬던 건 아니고...
- 이 친구야. 시선을 피하고 코를 긁으면「그건 사실입니다」라고 인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 아, 아무튼!
- 맙소사. 알았어. 무서우니까 더 캐진 않을게. 난 아무 것도 듣지 못했어. 본 것도 없다고. 오케이? 그나저나 마이클 머레이의 법칙이라는게 뭐지? 알 듯 말 듯 알송달송하단 말이야. 자넨 아나? 우산을 준비하고 출근하면 비가 오지 않는다는 그건가?

Posted by 미야

2008/08/14 11:43 2008/08/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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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멍든물고기 2008/08/15 01:52 # M/D Reply Permalink

    헉, ㅋㅋ 그러니깐 제러드가 젠슨이 행복해진다는게 그 베드트레이 가져다준 남자 생각하느라고 막 운거죠?????ㅋㅋㅋㅋㅋㅋㅋ아놔 엄청 귀엽네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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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남자 참 이상허네.
-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채드. 딘이 지옥에 떨어진게 언제라고 샘에게 애인을 가져다 붙일 궁리를 하느냔 말예요. 이래선 장례식장에서 토요일 밤의 디스코를 추는 격이지. 아무래도 에릭의 머리는 사차원인가봐요. 한심해서... 배우의 입장에서 무어라 할 수도 없고...
- 이봐? 기다려. 내가 이상하다고 말한 상대는 20% 상한 오징어 대머리 쪽이 아니야.
- 에?
- 너, 정말 모르겠냐?
- 뭐, 뭘요?
- 똑똑한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엄한 곳에서 둔하다니까. 아침에 베드 트레이로 바삭거리는 크로와상과 커피, 그리고 계란 후라이를 가져다 주는 건 여자가 아니야. 그건 남자라고.
- 에?
- 여자들은 침대에서 음식을 먹는 걸 엄청 싫어해. 아무렇게나 뒹굴어도 되는 호텔이라면 모를까, 혹시라도 음식 찌꺼기가 묻으면 그걸 빼내서 세탁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여성이라고. 따라서 여성들은 주방에 상을 차려놓고「날 사랑한다면 달링, 여기까지 얼랑 기어오세요」라고 하지. 반면에 멍청한 남자들은 시트에 얼룩이 묻든 말든 신경을 안 쓰니까 밤새 시달린 여자를 위한답시고 베드 트레이에 쨈과 커피잔을 올려놓고 침실로 가버려. 알아 듣겠어?
- 에?
- 그런데 젠슨은「아침 일찍 일어나 일부러 만들어 준 성의는 고맙지만 베드 트레이의 커버를 벗기는 순간 계란의 탄 냄새가 진동했다」라고 설명했단 말이지. 이걸 채드 머레이의 공식으로 다시 풀어 쓰자면, 가져다 준 사람도 남자. 침대에서 눈 부비고 일어나 앉은 사람도 남자라는 거야.
- 에?
- 음화화. 제이? 우린 이걸 기뻐해야 할까, 아님 근심해야 할까. 그 사람의 엄청 깊숙한 비밀이 우연히 발각된 것 같은데 말이여.
- 에? 에! 에엑~?!


* 더워서 몬살겠다. 새벽부터 천둥치고 난리가 나서 오늘은 시원하겠구놔 짐작했다가 지금은 신속한 열찜구이 상태. 우리도 오봉야스미 가면 안될까나... 우짤까나... 살려줘어 *

Posted by 미야

2008/08/13 09:33 2008/08/1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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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루퍼 2008/08/14 01:32 # M/D Reply Permalink

    아~ 엄청 웃었습니다..ㅋㅋㅋ
    슈내팬픽의 불모지에서 미야님의 글, 항상 재미있게 보고있답니다~
    그럼 수고하셔용 ^ㅁ^

  2. 멍든물고기 2008/08/15 01:50 # M/D Reply Permalink

    아 ㅋㅋㅋㅋㅋㅋ 어떡해요 젠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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