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술회전과 백귀야행의 설정을 대충 가져와서 붙인 오리지널 스토리입니다. 주술회전은 애니 초반부만 감상한 상황이라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합니다. 원작에서 이런 부분은 없었어, 라고 해도 용서해주세요.


핸드폰을 열고 글자를 입력했다.
《고죠가 주력으로 일반인을 위협하여 꿀빵을 강탈함》
《고죠가 주력을 실어 발목을 다친 일반인 여중생을 걷어찼음》


『사실과 다르잖아! 스구루!』
삑, 소리가 나도록 문자 저장 버튼을 누른 게토 스구루는 협박에 굴하지 않고 성질을 부리고 있는 고죠 사토루를 외면했다. 솔직히 입안이 미어터지도록 꿀빵을 씹어가며「지워, 지우라고!」다그쳐봤자 하나도 안 무섭다. 그보다는 한심해 보였다.
『내 말을 무시하면 안 나눠줄 거야! 나 혼자 다 먹을 거라고!』
아직 고등학생 미성년 신분이라 특급으로 승급하지 않았을 뿐인 1급 주술사, 사실상 일본 내 최강인 무하한과 육안 술식의 소유자가 다섯 살짜리 애처럼 굴고 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게토 스구루는 뒷목을 주물렀다.
망했네, 주술계. 최강자가 저따위여선 일본의 미래는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애초에 나눠먹을 생각 자체가 없잖아, 고죠.』
『그야 스구루는 빵이나 케이크 같은 밀가루 음식을 안 좋아하잖아. 싫어하는 음식을 먹으라고 권하는 건 폭력이지. 위대하신 고죠 사토루님은 평화주의자라서 그런 악질적인 만행을 저지르고 싶지 않아.』
『어라. 방금 북극곰이 춥다고 난로 가져오라는 식의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아무튼 제대로 카드결제 하고 왔습니다, 게토 스구루님. 강탈했다는 거, 취소해주세요.』
설탕가루를 가볍게 털어내고 조림 사과맛 꿀빵을 한 입에 우겨넣었다.
혼자 다 먹겠다는 거, 진심이다. 심지어 즙이 묻은 손가락도 핥아먹고 있다. 그리고는 두뇌의 저장 공간을 낭비해가며 전국 맛 집 리스트를 갱신 중이다. 롯폰기 어느 가게의 다쿠아즈가 맛있다느니, 산노미야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에서 파는 초코렛 무스가 최고라느니, 디즈니랜드에서 미키마우스를 만난 어린아이처럼 흥분하여 난리도 아니다. 먹고 있는 꿀빵도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이참에 허니 시나몬도 추가로 사 먹어봐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다. 신칸센을 타고 교토로 돌아갈 적에 기차 안에서 (처)먹을 작정인가 보다.

『아닌데.』
여전히 실실 웃는 모습이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기서 가능한 줄거리는 둘.
① 오로보로당 꿀빵이 아니라 다른 걸 사서 기차 안에서 먹는다. 예를 들자면 JR 센다이역점 2층 개찰구 앞에서 파는 키쿠후쿠. 완두콩 크림 추천.
② 교토로 돌아가는 건 나중이다.
게토 스구루의 판단으로는 후자다.

『어제까지만 해도 대충 시늉만 내다가 적당히 눈치를 봐서 학교로 돌아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재밌는 걸 찾았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아깝지.』
『5급 주령화 된 부해가 사람에게 들러붙은 게 그렇게 신기했었어?』
『그쪽이 아니라 허리 구부리고 잔뜩 헛구역질한 쪽.』
『아, 흥미가 간 건 그쪽이었나.』

게토 스구루가 흐음, 이러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느낌이 다소 이상하긴 했지만 그 정도면 정상 범주 아니야? 동네가 동네인 만큼 어느 정도 주력이 뒤틀린 건 어쩔 수 없지 않나. 일으켜 세워주면서 봤는데 손목에 구슬 팔찌 형태의 주물도 차고 있었어. 싸구려 부적 같은 게 아니고 주술사가 만든 진짜 물건이더라. 추측하자면 부해에 닿지 않으려고 만든 거겠지. 때로 부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조사하면 금방 나올 거야.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창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하면 되잖아, 고죠. 이게 네가 직접 나설 일이야? 여중생에게 양갱 취급받았다고 그새 억하심정이라도 생겼어?』
『슬퍼. 날 그렇게 속 좁은 남자로 보았던 거야? 스구루.』
『그 많은 꿀빵이 한꺼번에 다 들어가는 걸 보면 속이 작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 너는 느끼하지도 않냐.』
『하나도 안 느끼해. 맛있기만 하구먼.』
고죠가 별안간 웃음기를 걷어내고 표정을 달리했다.
『그리고 스구루, 창에게 조사를 미루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봐.』

어디 한 번 계속해 보라며 게토 스구루는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이유는?』
『비유하자면 이런 거야. 현대국가에서 살고 있는 나는 코카콜라 빈병을 보면 재활용 쓰레기, 이러고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겠지. 그런데 아프리카 사막지대에 사는 원시 부족민이 우연히 모래에 파묻혀있던 코카콜라 병을 봤다고 치자. 문명이라는 걸 접해본 적이 없는 그는 이게 유리병이라는 것도 모를 테고, 코카콜라라는 건 더더욱 몰라. 태어나 코카콜라를 마셔본 적이 없으니까. 입구에 대고 후후 숨을 불었다가 소리를 내는 악기라고 단단히 오해를 하고 집으로 가져가 보물로 삼겠지.』
『사막에 쓰레기 버린 놈, 죽어라.』
『아름다운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주자! 분리수거 철저히!』
사이좋게 구호를 외친 뒤, 두 사람은 언제 그랬느냐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이해했어. 요컨대 코카콜라를 먼저 마셔봐야 한다는 거군.』
『대충 그런 셈이지.』
『그렇다면 네 녀석의 판단은? 육안(六眼)으로 봤을 거 아냐.』
『봤지.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창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 거잖아. 걔, 인간 아닌 것이 미묘하게 섞였더라고. 아주 살짝.』
『뭐?』
『그렇게 정색하고 놀랄 일은 아니야, 스구루. 큰 접시에 날치 알 하나 정도로 섞였으니까 네가 눈치를 채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고 봐.』
『날치 알이든, 가쓰오부시든, 인간 아닌 거라며. 그게 뭐였는데.』
『미안, 스구루. 나도 아직은 잘 몰라. 나 역시 코카콜라 빈병을 처음 보는 아프리카 부족민 심정이라니까.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면 좋을지, 집에 가져가 보물로 삼을지 판단이 서지 않아.』

저주와 동화한 인간은 주술 규정에 따라 사형을 집행한다. 예외는 없다.
그 저주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재능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얼른 잡아다가 주술사로 키워야 한다. 가뜩이나 인력부족으로 허덕이는 주술계다.

『사형이라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구나, 너.』
『어라, 그러고 보니 스구루는 주술고전 입학식 날 야가 선생님 앞에서「주령은 얼마든지 잡아 족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직 인간은 죽이기 싫어요. 주령을 다루는 인간이라고 해도요.」라고 말 했었지?』
『야가 쌤에게만 말한 걸 네가 왜 알고 있는 건데.』
『음... 그건. 내가 1학년 반장이니까?.』
『주술고전 1학년생이 너랑 나, 이에이리 쇼코까지 딱 3명인데 누가 반장이야.』
『에잉, 반장이 하고 싶었으면 진작 말을 하지. 속상하면 부반장이라도 할래?』
『이야기의 논점이 빗나가고 있잖아, 고죠.』

게토 스구루가 진심으로 화를 내려고 했기 때문에 고죠 사토루는 약삭빠르게 화제를 바꿨다.
『있잖아~ 타락한 신을 조복하려면 스구루는 제일 괜찮은 방법이 뭐라고 생각해?』
『야가 선생님이 나불나불 거렸냐고. 아님 엿들었어?』
쉽게 안 넘어오네. 한숨이 푹 나왔다.
『나는 육안(六眼안)의 소유자이지 육이(六耳)의 소유자가 아니야. 엿듣는 짓은 하지 않아.』
『호오... 그렇다면 야가 마사미치 그 양반이 나불거렸다는 거네.』
『교사로서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는 생과 사의 경계선을 항상 왔다 갔다 하고 있잖아. 상대방이 사람이라서 죽일 수 없다, 일찍이 단정지어버리면 목숨이 아홉 개라도 부족할 테지.』
팡, 소리가 나도록 게토 스구루의 어깨를 때렸다.
온전히 손목 힘으로만 때렸기 때문에 아플 일은 없겠지만 게토 스구루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진 채였다.

『각설하고, 다시 질문할게. 타락한 신을 조복하려면 스구루는 제일 괜찮은 방법이 뭐라고 생각해?』
『원자폭탄.』
『어이. 지금 화가 난 상태라는 건 알겠는데 대충 대답하진 말아주겠어?』
『대충 대답한 거 아니야, 고죠. 타락한 신이면 특급 오브 더 특급이잖아. 그걸 무슨 재주로 잡아. 네가 가진 무하한 술식이면 가능하겠지만 내 경우엔 비벼보지도 못 한다고. 1초도 되지 않아 머리가 몸뚱이에서 떨어져 나갈 거다. 1초 컷이야.』
『그렇군. 무하한이 없으면 1초 컷인가...』
그가 턱을 어루만지며 잠시 뜸을 들였다.

『혹시 스구루는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한자성어의 뜻이 뭔지 알아?』
『오랑캐로 오랑캐를 잡는다는 의미잖아.』
『바로 그거야. 특급으로 특급을 잡는다는 의미지!』
고죠 사토루가 예고도 없이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짙은 색의 선글라스가 가로막고 있었지만 게토 스구루는 육안의 파란 눈동자가 직접 닿았다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상체를 뒤로 물렸다.

Posted by 미야

2021/03/15 16:51 2021/03/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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