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Happy Birthday 01

- prologue -

어머니는 나를 보며 곤란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녀의 여우의 그것처럼 매끄럽게 다듬어진 손톱을 응시했고, 다시 차갑게 맺힌 유리컵 표면 위의 물방울을 주시했다.
쿨러가 작동되는 카페의 공기는 시원한 편이었지만 아무래도 냉수보다는 따뜻했다. 유리잔에 맺힌 이슬은 몸체를 불려나갔고 이윽고 중력의 이끌림에 따라 아래를 향해 도르륵...

『뜬금없이 왜 나를 보자고 했는지 모르겠구나.』
여자는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고 손가락을 오므려 손톱을 주먹 안으로 감췄다.
그렇게 하면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남을 텐데, 라며 쓸데없는 잡생각을 하면서 반사적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소위 말하는 영업용 미소다. 진심은 0.1그램도 담겨져 있지 않다고 평을 받고 있다.
데드맨 스마일이라고 악평을 퍼붓는 녀석도 있다.
웃는 얼굴로 관 짝에 들어가 있는 시체도 있단 말이야? 내가 놀라서 반문하자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어느 장례식을 다녀왔던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웃는 얼굴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풀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했다.
내가 괜히 거울을 보며 연습을 하는 게 아니다. 하루에 세 번, 양치질을 마친 뒤 치아를 가지런히 하며 뺨의 근육을 당겨 올린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스마일. 상쾌한 치약의 냄새 화아앗- 민트의 냄새를 맡아 보아라.

『솔직히 좀 곤란하구나.』
『알아요.』
『아니, 너란 아이가 곤란하다는 건 아니고... 약속이... 그러니까.』
본능적으로 입술에 침을 바르던 여자가 주먹 쥔 손에서 슬그머니 힘을 뺐다. 눈썹도 살짝 내려갔다. 그러자 전반적으로 순한 인상이 만들어졌다.
나는 약간 궁금해졌다. 저 여자도 세수를 하기 전에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며 표정 연습이라는 걸 하는 걸까? 상상하니 제법 웃길 것 같다.
『갑자기 연락을 해 와서 곤란하다는 거란다, 얘야. 덕분에 중요한 약속을 연기해야 했고. 그리고 알잖니. 내가 더위에 약하다는 거.』
『죄송해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게 만들어 죄송해요.
핑계 삼은 더위에게 미안한 마음이네요. 솔직히 나라는 존재가 곤란한 거잖아요, 어머니.

여자는 알파, 혹은 신인류라고 알려진 소 가문의 세 번째 따님이시다.
이들 신인류 여성은 반드시 출산을 해야 한다는 법이 있는지라 낯선 남자의 씨를 받아 나를 잉태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렸지만 끝끝내 개화하지 않는 자식에 실망하며 망설이지 않고 밖에 버렸다.
이곳이 만약 해리포터 세계라면 나는 스큅이다.
우성 신인류 가문에서 태어난 아무런 힘없는 병맛 인간.
내 이름은 소 나기.
여름을 싫어하고, 축축한 것을 질색하고, 비 내리는 날씨를 끔찍하게 싫어하던 귀족 가문의 아가씨는 젖을 물려본 적 없는 자신의 핏덩이더러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Posted by 미야

2019/01/09 13:42 2019/01/0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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